(서울=연합뉴스) 권훈 기자 = 미국여자프로골프(LPGA)투어에서 해묵은 늑장 플레이 문제가 또 불거졌다.
발단은 지난 18일(한국시간) 끝난 더 안니카 드리븐에서 늘어진 경기 시간이다.
이 대회에서 넬리 코르다(미국)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찰리 헐(잉글랜드)은 최종 라운드를 2위로 마친 뒤 보도진을 만나 "좀 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, 3번 늑장 플레이를 하면 매홀 티샷 때마다 2벌타를 줘야 한다"고 말했다.
헐은 "그렇게 하면 늑장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투어 카드를 잃게 될 것"이라면서 "늑장 플레이로 투어 카드를 잃기 싫으면 서두르게 된다. 늑장 플레이를 근절하는 가장 좋은 방법"이라고 설명했다.
헐이 이처럼 늑장 플레이에 과격한 처방을 제안한 것은 안니카 드리븐 3, 4라운드 때 늑장 플레이 때문에 경기가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.
헐은 "3라운드 때는 5시간 40분이 걸렸다. 마치 어려운 코스에서 포볼 경기를 치르는 것 같았다. 매홀 기다렸다가 쳤다"고 분통을 터트렸다.
안니카 드리븐 3라운드는 결국 어둑어둑해져서 그린에 볼이 잘 보이지 않을 때 겨우 끝났고, 방송 중계 시간도 예정 시간을 무려 51분이나 넘겨 종료됐다.
헐과 3, 4라운드 동반 플레이를 펼친 끝에 우승한 코르다도 헐의 주장에 동조했다.
코르다는 20일 열린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공식 기자회견에서 "늑장 플레이는 큰 문제"라고 운을 뗀 뒤 "5시간, 5시간40분, 6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정말 짜증을 났을 것 같다. 경기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. 정말 바뀌어야 한다"고 말했다.
코다는 "퍼팅하려고 2, 3분씩 서 있는 건 말이 안 된다. 나는 샷을 미리 계획하고 있어서 내 차례가 되면 바로 친다. 몇몇 선수들은 너무 지나치게 분석하고 너무 늦게 시작하고 너무 오래 서 있다"고 늑장 플레이를 비난했다.
그는 "늑장 플레이에 벌타를 줘야 한다. 경기위원은 첫 팀부터 지켜봐야 한다.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 늑장 플레이를 감시해야 한다"고 주장했다.
플레이가 빠른 렉시 톰프슨(미국)도 "헐의 주장은 좀 과격하기는 해도 늑장 플레이를 근절하려면 뭔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"고 말했다.
톰프슨은 "좋은 샷이든 나쁜 샷이든 많은 시간을 들이는 건 좋지 않다"면서 "그냥 루틴대로, 집중해서 치면 된다"고 조언했다.
전문가들은 LPGA투어에서 대표적인 늑장 플레이어로 꼽힌 카를로타 시간다(스페인)가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.
시간다는 안니카 드리븐 때 늑장 플레이로 4천 달러의 벌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.
'슬로 플레이'로 몇차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는 시간다는 골프위크와 인터뷰에서 "노력하고 있다"면서도 "골프가 쉬운 줄 안다. 일반인은 맥주를 마시면서 골프를 즐기지만, 우리는 생계를 위해 골프를 친다. 마음속에서 많은 일이 벌어진다"고 말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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